193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강경애는 가난한 식민지 여성의 삶을 직접 체험하며, 당대 여느 작가들이 보지 못했던 식민지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소설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중에서도 하층민들의 치열한 생존을 다루고 있는 「지하촌」은 극단적인 빈궁 속에서 사람이 얼마만큼 비참해질 수 있나 하는 것을 처절하게 묘사하고 있어 충격적이다.
「지하촌」은 식민지 시대 황해도 송화 근처의 어느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주인공은 칠성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팔다리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불구자로, 이 동에 저 동네 아이들로부터 구박을 받으면서도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을 위해 동냥을 다닌다.
그러면서도 이미 사춘기에 접어든 그는 이웃집의 눈먼 처녀 큰년이를 마음에 품고 가족 몰래 큰년이에게 줄 옷감을 준비하는 등 이성애에 눈뜬 인물인데, 이런 칠성이의 소박한 꿈과 욕망은 무지와 가난, 그리고 가진 사람들의 홀대로 인해 좌절된다.
「지하촌」은 당시의 극한적인 빈곤과 사회적 모순을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사실적 기법으로 상세히 묘사한 점에서 한국 소설사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07년 황해도 출신의 작가 강경애는 가난한 농민의 딸로 태어났다. 하지만 5세에 아버지를 잃고 재가한 어머니를 따라 의붓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이 시기에 겪었던 심리적, 경제적 곤란은 그의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31년 단편소설 「파금」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장편소설 「어머니와 딸」을 발표함으로써 작가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불우한 가정환경과 극한의 궁핍, 서울 중심의 중앙 문단과는 동떨어진 생활 등 강경애는 식민지 시기 다른 여성 작가와는 다른 환경에서 출발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라면 자기 정체성을 세우는 성찰의 시간도, 글을 쓸 만한 시간과 공간도 가지지 못한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며 가정에서 글을 썼다.
국내외, 간도에서 항일투쟁을 벌인 사람들의 삶의 실상과 하층민들의 불우한 현실 등을 있는 그대로 독자에게 알리는 것을 작가로서의 자신의 의무로 생각한 강경애는 자신의 소설작품에 현실적인 문제를 반영시켰다.
나라를 잃은 식민지 시대에 아버지마저 잃고 가부장적 시대의 가난한 여성이라는 삼중고를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여성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필체로 이를 고스란히 글로 표현해온 소설가이자 언론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식민지 시대의 투쟁적 인간상을 그린 「인간문제」, 「파금」, 「지하촌」, 「소금」, 「어머니와 딸」 등이 있다.